2018.02.06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 소문, 왜 PC 게임 시장에 악재인가

Hayden Dingman | PCWorld
요즘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임 스토어 밸브를 묶어 어떤 소문이 계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현실이 될 경우 그 여파가 너무나 엄청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폴리곤(Polygon)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유명한 게임 업체 밸브 인수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최소한 “밸브라는 이름이 여러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폴리곤은 말했다.

글쎄, 필자의 생각엔 말도 안 되는 소문 같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밸브라니. 밸브는 윈도우 8을 너무나 싫어한 나머지 개발자와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팀 중심적인 커스텀 리눅스 빌드로 전향하도록 하려 했던 기업이 아닌가?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 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해 보자. 어쨌거나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없는 얘기는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설을 살펴 보면서,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PC 게임에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밖에 없는지도 알아 보자.

자유방임주의 아닌 방치 끝낸다
최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에 따르는 긍정적인 면부터 살펴 보자. 우선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가 있다. 게임 패스는 월 10달러를 지불하는 유료 고객에게 100여 종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콘솔 전용 서비스다. 게임 패스 멤버들은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이 시중에 출시되는 첫 날 바로 신작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게임 중 대부분은 궁극적으로는 PC에서도 플레이 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충분한 PC 게임을 확보하고 플레이어를 끌어 들일 수 있다면 그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밸브가 스팀에 대해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핸즈 오프(hands-off)’ 정책 문제도 있다. 개인적으로, 스팀 플랫폼을 이렇게 방치해 두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 혼란을 느낀, 또는 이런 혼란 속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하지 않는 인디 개발자 중 상당수가 닌텐도 스위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작은 라이브러리와 타이트한 관리가 보장 되는 닌텐도로 가면 최소한 내가 만든 게임이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지 않고 플레이 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엑스박스를 닌텐도와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만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그리고 스팀을) 인수한다면 2010년도 당시(밸브가 게임 컬렉션을 나름 관리하던 시절) 스팀의 부활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밸브 인수, 어떤 모습일까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미 두 건의 썩 만족스럽지 못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엑스박스를 생각해 보라. 구매도 뜸하고, 인터페이스는 형편 없는데다 게임과 관련 없는 광고가 가득하다. 게다가 멀티플레이를 원할 경우 매달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Live Gold)를 결제해야 한다. 게다가 몇 년 전 극에 달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디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한 불만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 물론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엑스박스는 2008년부터 2012년 당시 인디 개발자의 최우선 선택을 받던 그 때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윈도우 10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Microsoft Store)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토어는 2012년 출시된 윈도우 8에서부터 운영체제의 일부로 포함이 되었지만 사실상 모두에게 외면 받고 있다.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할 때의 차트가 고작 아래와 같다면 사실상 스팀보다 더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실 다른 모바일 스토어들도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왜인지 나는 스팀의 ‘새로운’ 차트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토어가 더 마음에 안 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적인 퍼스트 파티 게임을 제외하면, 윈도우 10 스토어를 선택한 개발자는 아주 극소수뿐이다. 이러한 실험이 퍼블리셔(publisher)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더 이득이었으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윈도우 10 스토어에서 시작부터 망해버린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Call of Duty: Infinite Warfare) 멀티플레이어 씬이 그 좋은 예이다.

아무리 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PC 게이머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가 엑스박스 라이브와의 통합을 강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사용자의 게임을 ‘정리’ 해준답시고 전혀 체계도 없는 긴 리스트만 만들어 놓았다(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앱’ 섹션에 모든 DLC 구매 내역을 각각, 개별로 나열해 두었다). 도저히 장점을 찾기 힘든 소위 ‘컨트롤러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다.


UWP도 빼놓을 수 없다. UWP는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Universal Windows Platform)의 약자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의 Win32 데스크탑 소프트웨어의 후계자로 내세운 포맷이다. 그러나 UWP 게임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스트리밍 유틸리티 지원도 되지 않았고, FRAPS 같은 프레임률 카운터 오버레이 지원은 물론이며 다중 비디오 카드 지원, 모딩, 백업 등등 지원 되는 것을 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 중 몇 가지는 현재 해결된 것도 있지만, 런업의 불안한 상태를 보자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아직도 PC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한참 부족해 보인다.

불과 지난 주만 해도, 직장 동료 브래드 채코스와 함께 씨 오브 씨브즈(the Sea of Thieves) 베타를 플레이 하려 했으나 몇 번이나 그를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윈도우 10 엑스박스 앱을 통해서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이번 주 마이크로소프트는 밸브가 UWP를 지원하지 않는 이상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데피니티브 에디션(Age of Empires: Definitive Edition)을 스팀에 올릴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 역시 최대한 많은 게임이,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등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브가 UWP를 거부한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UWP는 첫째, 그 자체로도 문제가 많은데다가 둘째로 밸브가 스팀에 구축해 놓은 여러 기능들을 저해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는 사용하는 기업이 전무하다. 레메디(Remedy)사 역시 기회가 주어 지자마자 퀀텀 브레이크(Quantum Break)를 UWP에서 빼 내어 스팀으로 이전시켰다.

여러 번 말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신뢰를 낮추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이는 윈도우 10을 사용하면 할 수록 더욱 자명해 진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또 다른 문제, 그리고 내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그것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PC 게이머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 밸브의 인수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년 동안 PC 게이머들에게 해 온 약속을 놀라울 정도로 충실히 지켜 왔다. 특히 필 스펜서(Phil Spencer)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PC 게임 부문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 역할을 했으며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Xbox Play Anywhere) 프로그램은 UWP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주 고무적인 몸짓이었다. 포르자 호라이즌 3(Forza Horizon 3), 기어즈 오브 워 4(Gears of War 4), 씨 오브 씨브즈와 같은 게임들은 PC로 플레이 할 때 뛰어난 영상미를 즐길 수 있으며, 이제 엑스박스 원에는 손조차 대지 않는 나 같은 플레이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마이크로소프트 의 비즈니스 행보는 이해하기 힘든 자학적인 선택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설령 지난 몇 년간의 행보가 괜찮았다 해도, 우리는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PC 게임 시장에 너무나도 무심했던(그리고 가끔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나왔던 결과물은 가히 재앙 수준이었던) 앞선 15년을 기억하고 있다. 게임즈 포 윈도우 라이브(Games for Windows Live)를 기억 하는가?

그 기간 동안 밸브는 묵묵히 PC게임 시장을 공략해 왔다. 물론 밸브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스팀이 가진(그리고 앞으로 갖게 될) 단점이나 흠결들을 그냥 넘겨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게이브 뉴웰(Gabe Newell), 마이크 해링턴(Mike Harrington), 그리고 밸브 공로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만일 스팀이 PC 게임의 암흑기를 걷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르네상스는 다시는 도래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스팀이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초에 PC 게임 시장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는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듯한 그림이 아닐 수 없으며, 동시에 이는 대부분 PC 게이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장기적인 게임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없고, 일반 게이머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공고하게 만들 뿐이다. 밸브를 무조건적으로 선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으로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밸브가 플레이어들과의 사이에서 구축해 놓은 신뢰가 스팀 플랫폼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게임에 수천 달러의 돈을 지출하는 것 역시 스팀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그 동안 구축해 온 신뢰는 전부 무너질 것이고, 결국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PC 게임의 르네상스 시대도 종말을 맞이할 지 모른다.

하프 라이프 3: 흠잡을 데 없는, 그러나 끌리지 않는
또 하나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PC 게임 시장의 건강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새로운 게임의 출시 가능성이다.

밸브의 퍼스트 파티 게임들은 소소하지만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포털(Portal), 해프-라이프(Half-Life), 도타 2(Dota 2),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Strike), 레프트 4 데드(Left 4 Dead) 등.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이들 게임의 후속작을 출시하려 할 것이다. 이것만큼은 정말이지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가능성이다. 포털 3, 아니 어쩌면 하프 라이프 3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는 오로지 이 게임의 전작들이 너무나 훌륭했기에, 혁명적이라고 부를 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밸브가 해프 라이프 3을 내놓지 않은 이유는 전작의 훌륭한 퀄리티를 이어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후속 작을 내놓을 것이다. 해프 라이프 3를 보고 싶은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아마도 10년 이내에 해프 라이프 3에서 6까지 출시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퀄리티에 비주얼을 갖추고 말이다.

하지만 게이머가 원하는 건 괜찮은 퀄리티에 훌륭한 비주얼이 아니다.

그 증거는 헤일로 4, 헤일로 5, 기어즈 오브 워 4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게임을 원작자로부터 사들여서 흠잡을 데 없는 후속작을 내놓았지만, 원작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 까지를 재현해 내지는 못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해당 게임을 사고 싶게 만들었던 요소 말이다. 그 ‘무언가’가 실존하는 것이건, 아니면 그저 우리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사후적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해프 라이프 3는 그 어떤 게이머의 열광도 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피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결론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엑스박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플레이스테이션 4 리스트는 훌륭한 게임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엑스박스에는 포르자 호라이즌과 퀀텀 브레이크, 그리고 리코어(Recore) 정도뿐이다.

솔직히 말해, 좋은 말을 해 주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스타’ 게임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역시 엑스박스 원 X 출시 초기에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밸브 외에도 EA와 같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수 소문이 떠도는 다른 기업들도 있지만, 이들은 밸브 인수보다 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EA를 인수한다면 그로 인해 전체 플랫폼 생태계가 약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게이머들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EA사가 내놓은 결과물을 생각해 봤을 때 이러한 변화에 대해 크게 반발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밸브를 인수한다면?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팀뿐 아니라 PC 게임 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2018.02.06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 소문, 왜 PC 게임 시장에 악재인가

Hayden Dingman | PCWorld
요즘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임 스토어 밸브를 묶어 어떤 소문이 계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현실이 될 경우 그 여파가 너무나 엄청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폴리곤(Polygon)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유명한 게임 업체 밸브 인수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최소한 “밸브라는 이름이 여러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폴리곤은 말했다.

글쎄, 필자의 생각엔 말도 안 되는 소문 같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밸브라니. 밸브는 윈도우 8을 너무나 싫어한 나머지 개발자와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팀 중심적인 커스텀 리눅스 빌드로 전향하도록 하려 했던 기업이 아닌가?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 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해 보자. 어쨌거나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없는 얘기는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설을 살펴 보면서,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PC 게임에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밖에 없는지도 알아 보자.

자유방임주의 아닌 방치 끝낸다
최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에 따르는 긍정적인 면부터 살펴 보자. 우선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가 있다. 게임 패스는 월 10달러를 지불하는 유료 고객에게 100여 종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콘솔 전용 서비스다. 게임 패스 멤버들은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이 시중에 출시되는 첫 날 바로 신작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게임 중 대부분은 궁극적으로는 PC에서도 플레이 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충분한 PC 게임을 확보하고 플레이어를 끌어 들일 수 있다면 그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밸브가 스팀에 대해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핸즈 오프(hands-off)’ 정책 문제도 있다. 개인적으로, 스팀 플랫폼을 이렇게 방치해 두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 혼란을 느낀, 또는 이런 혼란 속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하지 않는 인디 개발자 중 상당수가 닌텐도 스위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작은 라이브러리와 타이트한 관리가 보장 되는 닌텐도로 가면 최소한 내가 만든 게임이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지 않고 플레이 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엑스박스를 닌텐도와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만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그리고 스팀을) 인수한다면 2010년도 당시(밸브가 게임 컬렉션을 나름 관리하던 시절) 스팀의 부활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밸브 인수, 어떤 모습일까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미 두 건의 썩 만족스럽지 못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엑스박스를 생각해 보라. 구매도 뜸하고, 인터페이스는 형편 없는데다 게임과 관련 없는 광고가 가득하다. 게다가 멀티플레이를 원할 경우 매달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Live Gold)를 결제해야 한다. 게다가 몇 년 전 극에 달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디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한 불만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 물론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엑스박스는 2008년부터 2012년 당시 인디 개발자의 최우선 선택을 받던 그 때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윈도우 10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Microsoft Store)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토어는 2012년 출시된 윈도우 8에서부터 운영체제의 일부로 포함이 되었지만 사실상 모두에게 외면 받고 있다.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할 때의 차트가 고작 아래와 같다면 사실상 스팀보다 더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실 다른 모바일 스토어들도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왜인지 나는 스팀의 ‘새로운’ 차트보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토어가 더 마음에 안 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적인 퍼스트 파티 게임을 제외하면, 윈도우 10 스토어를 선택한 개발자는 아주 극소수뿐이다. 이러한 실험이 퍼블리셔(publisher)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더 이득이었으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윈도우 10 스토어에서 시작부터 망해버린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Call of Duty: Infinite Warfare) 멀티플레이어 씬이 그 좋은 예이다.

아무리 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PC 게이머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가 엑스박스 라이브와의 통합을 강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사용자의 게임을 ‘정리’ 해준답시고 전혀 체계도 없는 긴 리스트만 만들어 놓았다(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앱’ 섹션에 모든 DLC 구매 내역을 각각, 개별로 나열해 두었다). 도저히 장점을 찾기 힘든 소위 ‘컨트롤러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다.


UWP도 빼놓을 수 없다. UWP는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Universal Windows Platform)의 약자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의 Win32 데스크탑 소프트웨어의 후계자로 내세운 포맷이다. 그러나 UWP 게임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스트리밍 유틸리티 지원도 되지 않았고, FRAPS 같은 프레임률 카운터 오버레이 지원은 물론이며 다중 비디오 카드 지원, 모딩, 백업 등등 지원 되는 것을 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 중 몇 가지는 현재 해결된 것도 있지만, 런업의 불안한 상태를 보자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아직도 PC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한참 부족해 보인다.

불과 지난 주만 해도, 직장 동료 브래드 채코스와 함께 씨 오브 씨브즈(the Sea of Thieves) 베타를 플레이 하려 했으나 몇 번이나 그를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윈도우 10 엑스박스 앱을 통해서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이번 주 마이크로소프트는 밸브가 UWP를 지원하지 않는 이상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데피니티브 에디션(Age of Empires: Definitive Edition)을 스팀에 올릴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 역시 최대한 많은 게임이,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등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브가 UWP를 거부한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UWP는 첫째, 그 자체로도 문제가 많은데다가 둘째로 밸브가 스팀에 구축해 놓은 여러 기능들을 저해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는 사용하는 기업이 전무하다. 레메디(Remedy)사 역시 기회가 주어 지자마자 퀀텀 브레이크(Quantum Break)를 UWP에서 빼 내어 스팀으로 이전시켰다.

여러 번 말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신뢰를 낮추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이는 윈도우 10을 사용하면 할 수록 더욱 자명해 진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또 다른 문제, 그리고 내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그것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PC 게이머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 밸브의 인수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년 동안 PC 게이머들에게 해 온 약속을 놀라울 정도로 충실히 지켜 왔다. 특히 필 스펜서(Phil Spencer)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PC 게임 부문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 역할을 했으며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Xbox Play Anywhere) 프로그램은 UWP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주 고무적인 몸짓이었다. 포르자 호라이즌 3(Forza Horizon 3), 기어즈 오브 워 4(Gears of War 4), 씨 오브 씨브즈와 같은 게임들은 PC로 플레이 할 때 뛰어난 영상미를 즐길 수 있으며, 이제 엑스박스 원에는 손조차 대지 않는 나 같은 플레이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마이크로소프트 의 비즈니스 행보는 이해하기 힘든 자학적인 선택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설령 지난 몇 년간의 행보가 괜찮았다 해도, 우리는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PC 게임 시장에 너무나도 무심했던(그리고 가끔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나왔던 결과물은 가히 재앙 수준이었던) 앞선 15년을 기억하고 있다. 게임즈 포 윈도우 라이브(Games for Windows Live)를 기억 하는가?

그 기간 동안 밸브는 묵묵히 PC게임 시장을 공략해 왔다. 물론 밸브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스팀이 가진(그리고 앞으로 갖게 될) 단점이나 흠결들을 그냥 넘겨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게이브 뉴웰(Gabe Newell), 마이크 해링턴(Mike Harrington), 그리고 밸브 공로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만일 스팀이 PC 게임의 암흑기를 걷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르네상스는 다시는 도래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스팀이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초에 PC 게임 시장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밸브 인수는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듯한 그림이 아닐 수 없으며, 동시에 이는 대부분 PC 게이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장기적인 게임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없고, 일반 게이머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공고하게 만들 뿐이다. 밸브를 무조건적으로 선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으로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밸브가 플레이어들과의 사이에서 구축해 놓은 신뢰가 스팀 플랫폼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게임에 수천 달러의 돈을 지출하는 것 역시 스팀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그 동안 구축해 온 신뢰는 전부 무너질 것이고, 결국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PC 게임의 르네상스 시대도 종말을 맞이할 지 모른다.

하프 라이프 3: 흠잡을 데 없는, 그러나 끌리지 않는
또 하나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PC 게임 시장의 건강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새로운 게임의 출시 가능성이다.

밸브의 퍼스트 파티 게임들은 소소하지만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포털(Portal), 해프-라이프(Half-Life), 도타 2(Dota 2),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Strike), 레프트 4 데드(Left 4 Dead) 등.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이들 게임의 후속작을 출시하려 할 것이다. 이것만큼은 정말이지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가능성이다. 포털 3, 아니 어쩌면 하프 라이프 3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는 오로지 이 게임의 전작들이 너무나 훌륭했기에, 혁명적이라고 부를 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밸브가 해프 라이프 3을 내놓지 않은 이유는 전작의 훌륭한 퀄리티를 이어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후속 작을 내놓을 것이다. 해프 라이프 3를 보고 싶은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밸브를 인수한다면 아마도 10년 이내에 해프 라이프 3에서 6까지 출시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퀄리티에 비주얼을 갖추고 말이다.

하지만 게이머가 원하는 건 괜찮은 퀄리티에 훌륭한 비주얼이 아니다.

그 증거는 헤일로 4, 헤일로 5, 기어즈 오브 워 4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게임을 원작자로부터 사들여서 흠잡을 데 없는 후속작을 내놓았지만, 원작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 까지를 재현해 내지는 못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해당 게임을 사고 싶게 만들었던 요소 말이다. 그 ‘무언가’가 실존하는 것이건, 아니면 그저 우리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사후적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해프 라이프 3는 그 어떤 게이머의 열광도 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피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결론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엑스박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플레이스테이션 4 리스트는 훌륭한 게임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엑스박스에는 포르자 호라이즌과 퀀텀 브레이크, 그리고 리코어(Recore) 정도뿐이다.

솔직히 말해, 좋은 말을 해 주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스타’ 게임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역시 엑스박스 원 X 출시 초기에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밸브 외에도 EA와 같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수 소문이 떠도는 다른 기업들도 있지만, 이들은 밸브 인수보다 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EA를 인수한다면 그로 인해 전체 플랫폼 생태계가 약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게이머들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EA사가 내놓은 결과물을 생각해 봤을 때 이러한 변화에 대해 크게 반발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밸브를 인수한다면?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팀뿐 아니라 PC 게임 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