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1

"아이팟과는 다른데" iOS 기기에서만 쓸 수 있는 홈팟, 왜 고립 자처하나

Michael Simon | Macworld
그래미 어워드 내내 15초짜리 애플 홈팟 광고가 여러 번 방송됐다. 홈팟과 비트가 만났다는 이 광고는 배경음악인 켄드릭 라마의 노래를 썼는데, 마침 그래미 어워드에서 라마가 공연을 마친 후에도 등장했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함께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광고였다. 많은 사용자에게 시리나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하는 기계나 기술이 아니라 전적으로 음악에 대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홈팟 광고는 까만 화면에 홈팟이라는 단어가 그래픽으로 움직이고, 유명한 음악이 주제로 흐른다는 점에서 과거 아이팟의 실루엣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두 광고에서 모두 단어 폰트는 뒤틀리고 화면에서 튀어오르며 다양한 효과를 얻거나 쪼개지다가 애플 로고로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효과적이고 대담하며, 아이코닉한 아이팟 광고처럼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홈팟은 음악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메시지다. 사실, 만일 홈팟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그래미 어워드 시청자라도 광고를 봤다면 홈팟이 끝내주는 아이폰용 음악 스피커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광고를 보고 애플 홈페이지에서 홈팟을 구입하기 위해 달려갔다면, 2월 9일 홈팟이 도착한 후에 놀랄지도 모른다. 특히 광고가 끝난 후 나오는 “호환되는 애플 기기 필요”라는 주의사항을 놓쳤다면 더욱 그렇다. 현재 출시돼 있는 그 어떤 애플 제품보다 홈팟은 애플 생태계에 밀착돼 있는 제품이다. 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애플 뮤직 가입자라 하더라도 홈팟과는 인연이 없다.

이런 상황은 애플 제품과만 호환되는 고가의 기기라는 점에서 마치 아이팟 출시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2001년에는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음악에 경계가 있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어차피 애플 뮤직 가입자가 적을 거라고 속단하기 쉽다. 그러나 틀렸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애플 뮤직은 수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리뷰만도 20만 개가 있다. 또, 애플 뮤직이 시중에 나온 스마트 스피커와 직접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애플 뮤직과 연동되는 홈팟을 사려고 했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았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아이폰이 없다면 홈팟을 쓸 수 없다. 홈팟은 분명한 틈새 시장 제품이지만, 애플은 iOS 기기만 쓰도록 정해놓고 경계선을 그어놓았다. 아이튠즈와 맥에 연동되던 오리지널 아이팟과 다를 바 없이, 애플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명백한 구분을 지어놓은 것이다.

홈팟이 아이팟처럼 독특한 기기였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 홈 맥스, 소노스 원 등의 다른 고음질 스마트 스피커에는 하드웨어 제한이 없다. 애플이 홈팟을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로 규정했기 때문에 i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은 더욱 혼란스럽다.

홈팟을 사용하려면 꼭 애플 뮤직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 뮤직은 홈팟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홈팟은 스포티파이, 구글 플레이 뮤직, 아마존 뮤직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에어플레이를 통한 와이파이 스피커로만 작동한다. 재생 품질은 훌륭해도 홈팟만의 사용 편의성을 완전히 다 누릴 수는 없다. 애플 뮤직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리에게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에서 구입한 곡만 재생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의 장점은 집안에 존재하는 자체 생태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반면, 홈팟은 아이폰의 확장에 그친다.

구글 홈은 다르다. 구글 플레이에서 구매하지 않았어도 라이브러리에 있는 곡이라면 구글 어시스턴트에 재생을 요청할 수 있다. 홈팟에서는 연 99달러를 내고 애플 뮤직에 가입했는지, 연 25달러를 내고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쓰고 있는지, 또는 아이튠즈에서 곡당 1.29달러를 내고 산 곡인지를 따지게 된다. 기기만도 349달러나 되는데, 추가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이팟의 재림
2001년 아이팟이 처음 공개됐을 때, 아이팟은 시중의 다른 음악 플레이어와는 달랐다. 너무나 독특했고, 갖고 싶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PC를 버리고 맥을 사서 아이팟과 연동하고 싶어한 사람들이 많았다. 홈팟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iOS와 애플 뮤직이라는 제한으로 애플은 많은 음악 애호가를 잘라냈고, 본의 아니게 홈팟을 고립시키고 있다.


물론 홈팟은 신제품이고, 애플은 더 많은 청중을 확보하기 전에 자사의 우산 아래 새 제품을 보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세대가 지나 홈팟 3가 출시될 때쯤에는 플랫폼을 개방할 가능성도 있다. 2001년 당시처럼 디지털 음원 시장을 애플이 독점하는 상황도 아니고, 홈팟은 아이팟처럼 시장에서 독보적인 제품도 아니다. 그리고 애플이 그 엄청난 돌풍을 몰고 왔던 아이팟도 PC 사용자에게 개방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을 완전히 발휘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홈팟의 판매 실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플은 수백만 명의 충성적인 사용자가 있고, 이들은기꺼이 또 하나의 애플 기기인 350달러짜리 홈팟을 집안에 놔두려고 할 것이며, 처음 수 개월간 홈팟은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단 하나의 생태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립된 하드웨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에어팟조차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지금, 애플의 홈팟 전략이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홈팟 광고 배경 음악의 첫 가사가 “충성심(loyalty)”인 것도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다만 그 충성심이 아직도 효과가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editor@itworld.co.kr     

2018.02.01

"아이팟과는 다른데" iOS 기기에서만 쓸 수 있는 홈팟, 왜 고립 자처하나

Michael Simon | Macworld
그래미 어워드 내내 15초짜리 애플 홈팟 광고가 여러 번 방송됐다. 홈팟과 비트가 만났다는 이 광고는 배경음악인 켄드릭 라마의 노래를 썼는데, 마침 그래미 어워드에서 라마가 공연을 마친 후에도 등장했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함께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광고였다. 많은 사용자에게 시리나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하는 기계나 기술이 아니라 전적으로 음악에 대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홈팟 광고는 까만 화면에 홈팟이라는 단어가 그래픽으로 움직이고, 유명한 음악이 주제로 흐른다는 점에서 과거 아이팟의 실루엣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두 광고에서 모두 단어 폰트는 뒤틀리고 화면에서 튀어오르며 다양한 효과를 얻거나 쪼개지다가 애플 로고로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효과적이고 대담하며, 아이코닉한 아이팟 광고처럼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홈팟은 음악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메시지다. 사실, 만일 홈팟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그래미 어워드 시청자라도 광고를 봤다면 홈팟이 끝내주는 아이폰용 음악 스피커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광고를 보고 애플 홈페이지에서 홈팟을 구입하기 위해 달려갔다면, 2월 9일 홈팟이 도착한 후에 놀랄지도 모른다. 특히 광고가 끝난 후 나오는 “호환되는 애플 기기 필요”라는 주의사항을 놓쳤다면 더욱 그렇다. 현재 출시돼 있는 그 어떤 애플 제품보다 홈팟은 애플 생태계에 밀착돼 있는 제품이다. 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애플 뮤직 가입자라 하더라도 홈팟과는 인연이 없다.

이런 상황은 애플 제품과만 호환되는 고가의 기기라는 점에서 마치 아이팟 출시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2001년에는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음악에 경계가 있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어차피 애플 뮤직 가입자가 적을 거라고 속단하기 쉽다. 그러나 틀렸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애플 뮤직은 수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리뷰만도 20만 개가 있다. 또, 애플 뮤직이 시중에 나온 스마트 스피커와 직접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애플 뮤직과 연동되는 홈팟을 사려고 했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았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아이폰이 없다면 홈팟을 쓸 수 없다. 홈팟은 분명한 틈새 시장 제품이지만, 애플은 iOS 기기만 쓰도록 정해놓고 경계선을 그어놓았다. 아이튠즈와 맥에 연동되던 오리지널 아이팟과 다를 바 없이, 애플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명백한 구분을 지어놓은 것이다.

홈팟이 아이팟처럼 독특한 기기였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 홈 맥스, 소노스 원 등의 다른 고음질 스마트 스피커에는 하드웨어 제한이 없다. 애플이 홈팟을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로 규정했기 때문에 i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은 더욱 혼란스럽다.

홈팟을 사용하려면 꼭 애플 뮤직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 뮤직은 홈팟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홈팟은 스포티파이, 구글 플레이 뮤직, 아마존 뮤직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에어플레이를 통한 와이파이 스피커로만 작동한다. 재생 품질은 훌륭해도 홈팟만의 사용 편의성을 완전히 다 누릴 수는 없다. 애플 뮤직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리에게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에서 구입한 곡만 재생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의 장점은 집안에 존재하는 자체 생태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반면, 홈팟은 아이폰의 확장에 그친다.

구글 홈은 다르다. 구글 플레이에서 구매하지 않았어도 라이브러리에 있는 곡이라면 구글 어시스턴트에 재생을 요청할 수 있다. 홈팟에서는 연 99달러를 내고 애플 뮤직에 가입했는지, 연 25달러를 내고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쓰고 있는지, 또는 아이튠즈에서 곡당 1.29달러를 내고 산 곡인지를 따지게 된다. 기기만도 349달러나 되는데, 추가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이팟의 재림
2001년 아이팟이 처음 공개됐을 때, 아이팟은 시중의 다른 음악 플레이어와는 달랐다. 너무나 독특했고, 갖고 싶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PC를 버리고 맥을 사서 아이팟과 연동하고 싶어한 사람들이 많았다. 홈팟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iOS와 애플 뮤직이라는 제한으로 애플은 많은 음악 애호가를 잘라냈고, 본의 아니게 홈팟을 고립시키고 있다.


물론 홈팟은 신제품이고, 애플은 더 많은 청중을 확보하기 전에 자사의 우산 아래 새 제품을 보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세대가 지나 홈팟 3가 출시될 때쯤에는 플랫폼을 개방할 가능성도 있다. 2001년 당시처럼 디지털 음원 시장을 애플이 독점하는 상황도 아니고, 홈팟은 아이팟처럼 시장에서 독보적인 제품도 아니다. 그리고 애플이 그 엄청난 돌풍을 몰고 왔던 아이팟도 PC 사용자에게 개방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을 완전히 발휘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홈팟의 판매 실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플은 수백만 명의 충성적인 사용자가 있고, 이들은기꺼이 또 하나의 애플 기기인 350달러짜리 홈팟을 집안에 놔두려고 할 것이며, 처음 수 개월간 홈팟은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단 하나의 생태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립된 하드웨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에어팟조차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지금, 애플의 홈팟 전략이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홈팟 광고 배경 음악의 첫 가사가 “충성심(loyalty)”인 것도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다만 그 충성심이 아직도 효과가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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