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 디지털 디바이스

시리를 밀어 낸 알렉사…홈팟으로는 역부족 : CES 2018

Michael Simon | Macworld 2018.01.11
애플이 CES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한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행사 전체를 지배하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시 부스는 아이폰 전용으로 만든 시계와 케이스, 스피커, 꿈 같은 컨셉 기기들로 가득 찼고, 애플의 차세대 제품에 대한 이야기로 활기를 띠곤 했다.

올해는 그렇지 않다. iOS 액세서리와 아이폰 X 케이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CES 관련 뉴스는 주로 스마트 홈 디바이스와 연결성에 관한 것이다. CES의 주제는 샤워기에서부터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가정에 있는 모든 것을 스마트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을 제어하는 것은 알렉사이다.

아마존의 한 발 앞선 스마트 홈 디바이스 투자는 대성공을 거뒀고, 알렉사 기반 디바이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정 내 디바이스 제어 전용 플랫폼이 탄생했다. 애플 홈팟(HomePod)은 오디오가 아마존 에코(Echo)에 비해 아무리 뛰어나도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올해 CES에서 콜러가 발표한 스마트 거울.

최초에서 최악으로
지난 2011년 애플의 시리가 베타 형식으로 출시되었을 때 사용자들의 반응은 당시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콧 포스톨의 표현처럼 “충격 그 자체”였다. 아이폰은 사용자가 하는 말과 질문을 알아들고 대답까지 했다.



그 동안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개인 디지털 비서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상과학이 현실이 된 것이다. 장소를 불문하고 시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7년이 흐른 지금 그 비전이 거의 실현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그 주체가 시리가 아닌 알렉사라는 점이 다르다. 필자는 알람 설정이나 곡 재생 등 아이폰에 직접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시리가 아닌 에코를 이용한다. 필자의 스마트 홈 구축 당시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를 모두 써 봤는데, 애플의 훌륭한 홈키트(HomeKit) 앱 인터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알렉사가 단연 우수했다.

애플 스마트 스피커는 사운드가 들어 본 것 중 최고지만 기껏해야 사람들 집에 있는 에코와 같이 쓸 수 있는 제품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멋지게 결합하는 애플의 방식으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애플의 베이스 사운드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은 쉽게 아마존 제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의 목표는 집안의 모든 방에 스피커를 들여놓는 것이다. 게다가 최고의 스마트 기기 중에는 시리와 작동이 잘 안되거나 전혀 안되는 것이 많다. 홈팟이 새로 나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별로 스마트하지 않은 홈팟
물론 애플의 홈팟 출시가 지연되는 바람에 CES에서 존재감이 더욱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349달러짜리 스피커가 판매 중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아마존이 관심을 독차지할 것이다.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는 무엇보다도 기본적으로 음악 재생기이다. 지금까지 확인한 것으로 볼 때 스마트 홈 장치인 에코와 전혀 경쟁이 안된다. 애플은 그 어떤 기술이나 루틴 또는 전용 스마트 홈 통합 기능을 선보이지 않았다.

애플 홈찻의 음향은 좋겠지만, 과연 더 똑똑할지는 의문이다.

홈팟의 저음이 더 좋고 사운드가 더 풍부하다 하더라도 가정에 음성 비서를 들여놓으려는 대부분 사람의 마음에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홈팟 한 대를 살 가격으로 거실에 에코 한 대, 아이들 방에 도트(Dot) 두 대, 침실에 스폿(Spot) 한 대를 사고도 남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에코를 집안의 방마다 있어야 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마케팅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홈팟을 “놀라운 사운드의 강력한 스피커”로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 홈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은 똑같이 대응했다. CES 곳곳에 홈키트 지원 디바이스들이 눈에 띄지만, 눈길을 끄는 제품에는 여지없이 “아마존 알렉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일반 가정에 이들 디바이스를 공급하려는 업체는 먼저 알렉사를 지원해야 하고 그 다음이 구글이며, 시간이 있다면 마지막이 애플이다.

없는 곳이 없는 알렉사
이제 알렉사는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와 iOS를 넘어 PC에서도 알렉사가 완전히 통합된 형태로 제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거의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애플 시리는 가장 큰 문제점인 폐쇄성이 부각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알렉사는 어디에나 있다. 스피커와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이번 CES에서는 아이폰 액세서리 전문업체인 아이디바이스(iDevices)도 알렉사가 내장된 전등 스위치를 발표했다. 작은 스피커도 내장되어 있고 에코 장치처럼 빛을 내는 파란 링도 있다. 이런 수준의 스마트 홈 통합은 시리가 흉내 낼 수 없고, 아마 앞으로도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아이디바이스가 발표한 알렉사 내장 전등 스위치.

애플은 시리를 절대 애플 생태계 밖으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시리는 애플의 활용 의지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아마존과 구글이 각각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개방한 것처럼 애플이 시리를 개방했다면, 지금쯤 모든 가정에는 시리로 작동되는 디바이스 수백 가지가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스마트 홈 디아비스를 제어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는 가정용 가상비서가 아니라 모바일용 가상비서다. 홈키트가 자리를 잡는 데 애를 먹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애플은 스마트 홈 논의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제조업체들과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 홈 논의에 기여하는 회사인 아마존에 끌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달라질 것 같지 않다. CES 2019가 개최될 때쯤이면 알렉사는 현재와 미래의 스마트 홈 비서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될 것이며, 애플은 음성으로 제어되는 매우 훌륭한 스피커를 팔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스피커에는 화면도 없고 생태계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홈팟은 애플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좋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알렉사가 집사 역할을 할 것이며 계속 진화하고 적응해 나갈 것이다. 원조 비서의 입장에서는 속이 좀 쓰릴 상황이다.  editor@itworld.co.kr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