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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CCIE 자격증, 여전히 유효한가?

Sandra Gittlen | Network World 2019.03.07
웨이브 라이프 사이언스(WAVE Life Sciences)는 회사 출범을 추진하는 중에 치명적인 과속 방지턱을 만났다. 출범 과정의 핵심 요소인 네트워크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생명공학 기업의 IT 부문 부사장인 앤서니 무라비토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시스코 인증 인터네트워크 전문가(Cisco Certified Internetwork Experts, CCIE) 자격증을 갖춘 인력을 물색했다.

무라비토는 “네트워크에서 대대적인 교체와 갱신 작업이 필요했는데, 조직 내에서는 네트워크 기술을 갖춘 인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무라비토와 담당 채용 팀은 시스코의 최상위 자격증이라면 후보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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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비토가 CCIE를 네트워크 전문성의 절대적 지표로 의존했던 당시, 업계는 CCIE의 유효성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CCIE”와 “is it worth it?(그만한 가치가 있나?)”을 함께 검색하면 1만~1만 5,000달러라는 막대한 비용과 상당한 시간(제대로 공부하려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음)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네트워크 경력을 쌓아 나가기 위한 최선의 전략인지 여부를 묻는 수십 개의 블로그 글과 의견을 볼 수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의 위상이 높아지고 가상화의 비중이 큰 지금 전적으로 시스코 환경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본다. 그러나 무라비토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인재의 지표로서 검증된 다른 자격증이 등장하지 않는 한 1993년부터 도입된 CCIE가 여전히 최선의 판단 기준이라고 말한다.
 

시스코의 CCIE 유효성 유지 노력

CCIE의 유효성을 유지하는 것은 시스코와 시스코 교육 팀의 중대한 과제다. 시스코는 2016년 CCIE(및 CCDE) 필기 시험에서 전통적인 네트워킹 주제만큼 심층적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신기술 트랙을 추가해 클라우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가능성, 사물인터넷(IoT)에 관한 문항도 넣었다. 작년 가을에는 신기술 문항을 조정했고 전체 점수 중 10%를 할애했다. 이에 따라 이제 응시자는 퍼블릭,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 설계 고려 사항을 비교 및 대조하는 문항, 프로그램 가능한 네트워크에 대한 아키텍처 및 운영 고려 사항을 기술하는 문항, IoT의 아키텍처 프레임워크와 배포 고려 사항을 기술하는 문항을 풀어야 한다.

시스코의 특별 서비스 엔지니어이며 CCIE에 신기술 섹션을 포함하는 작업을 주도한 조 클라크는 “업계에서 CCIE에 대한 기대치는 단순한 네트워크 엔지니어 이상이다. 기업에서 CCIE는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고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테크놀로지스트(Technologist, 최신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기술 섹션은 응시자가 IoT 프로토콜과 손실이 많은 저전력 네트워크가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저전력 디바이스 메시를 사용해서 넓은 지역을 포괄하고자 하는 IoT 기술이 무엇인지 묻는다(정답은 지그비(ZigBee)). 프로그램 가능성 측면에서 엔지니어는 친화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네트워크에 스크립트를 집어넣을 수 있는 역량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을 사용해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클라크는 “오늘날의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소프트웨어 설계자일 필요가 없고,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되지만 프로그래밍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면서 “프로그래밍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래밍을 알면 확실히 업무가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보강된 CCIE 자격증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급진적인 혁명이 아닌 발전의 형태로 기술을 제안하는 것이다. 클라크는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돌아서게 하면 안 된다. 서서히 전환된다는 느낌으로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클라크는 자동화와 프로그램 가능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향후 신기술이 더 넓은 범위에서, 더 통합된 방식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각각의 영역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시스코는 이들을 위해 네트워크 프로그램 가능성 설계, 구현 전문가, 시스코 네트워크 프로그램 가능성 개발자 전문가 자격증을 제안한다.

대형 정부 기관의 계약업체에서 기술 솔루션 이사로 재직 중이며 최근 CCIE 자격증을 갱신한 조셉 스완슨은 “회사 업무의 90%는 여전히 전통적인 CCIE 기술과 방법론에 따르므로” 네트워크 전문가를 채용할 때 확실히 CCIE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완슨은 “전통적인 CCIE 진로 중 하나인 라우터/스위치는 아직 건재하다”고 말했다. CCIE를 획득하려면 온전히 거기에 전념해야 한다. 따라서 이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구직자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빠르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음”을 입증한다.

스완슨은 CCIE 자격증이 더 발전해야 한다면서 “현재 CCIE 자격증은 더 많은 SDN과 프로그래밍 기능을 지원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완슨은 이력서를 검토할 때 프로그래밍 경험을 보고 구직자가 “if/then/what”의 기본 구조와 REST API를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지, 그리고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서버에서 이 스크립트를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본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에게 앤서블(Ansible)과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 파이썬 및 펄과 같은 스크립팅 언어, XML이나 JSON과 같은 데이터 교환 언어를 익힐 것을 권장한다. 또한 네트워크 엔지니어라면 AWS와 애저에도 능숙해야 한다고 말한다.

클라우드와 가상화가 전통적인 네트워크를 점령하면서 스완슨은 구직자들의 이력서에도 같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즉, 5,000대의 스위치를 수동으로 배치한 경험보다 프로그램이나 스크립트를 설계한 경험이 더 중시된다.
 

자격증을 대신할 경험과 경력

가트너 분석가 앤드류 러너는 “CCIE는 이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유효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처음 시작하는 네트워크 엔지니어에게 조언을 한다면, 특정 업체의 네트워크 자격증을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러너는 지난 1월 네트워크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은 네트워크 업체 이상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자격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위상이 확고한 기존 네트워킹 업체는 기업 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자문역이라는 측면을 어필하지만, 특히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서 고객을 대대적인 운영 개선으로 이끌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너는 이어 “앞으로 네트워킹 전문가는 여러 업체의 다양한 스킬셋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한 업체에 국한되어 그 시각에 갇힌 자격증은 추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러너는 네트워크 전문가가 자동화와 프로그램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리눅스를 철저히 익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리눅스는 “여러 제품에 걸쳐 존재하는 최소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러너는 대부분의 학습은 온라인으로 가능하며, 실습과 연구 자료도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ZK 리서치(ZK Research)의 대표 애널리스트 제우스 케라발라 역시 새로운 네트워킹 시대에는 독학한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케라발라는 오케스트레이션에 집중하는 네트워크 엔지니어에게는 퍼펫(Puppet), 셰프(Chef)와 같은 오픈소스 구성 관리 툴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다만 케라발라는 CCIE에 대해서도 여전히 긍정적으로, “네트워크 전문가라면 다른 업체가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할 때까지는 CCIE를 계속 갱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킷 푸셔스(Packet Pushers) 팟캐스트 운영자인 그레그 페로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페로는 자신의 CCIE는 갱신하지 않아 소멸됐다면서 “CCIE는 내가 따르고자 하는 미래에서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완슨과 마찬가지로 페로 역시 미래는 AWS와 애저, 구글로 기울 것으로 예상한다. 페로는 시스코 SDN 기술이 다른 업체에 비해 폐쇄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시스코 기술의 인기가 “예전보다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로는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에게 여유 시간에 프로그래밍과 자동화를 배울 것을 추천한다. 페로는 “자격증의 목적은 자신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인데, 자격증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페로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더넷 가상 사설망에 대한 실험 결과를 공유하거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빌딩 사이트인 깃허브에 파이썬 스크립트를 게시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러한 방법이 CCIE 시험에서 신기술 문항에 대해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실제 자신의 스킬을 보여주는 데 있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무라비토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새로운 네트워크 스킬을 쌓는 데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무라비토는 팀의 네트워킹 전문가가 CCIE를 유지하고 획득하도록 돕는 것 외에 프로그래밍과 자동화를 배울 기회도 제공하는 인재 육성 계획과 예산을 확보해 두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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