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컴퓨팅

약화되는 스팀의 PC 게이밍 철권 통치…에픽 스토어 실패해도 회복 어렵다

Hayden Dingman | PCWorld 2019.02.19


2018년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밸브는 자사가 직접 만들지 않는 게임에 대해 생각보다(혹은 과거에 했던 것만큼)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스팀은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무기삼아 그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으며 경쟁사들을 떨쳐 냈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밸브의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회사가 아니라 그 회사가 내놓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제는 퍼블리셔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가속화되는 스팀 엑소더스

에픽 게임즈 스토어를 보이콧하는 것은 게이머의 자유다. 단지 에픽 게임즈 스토어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서 스팀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에픽 게임즈가 쓰러지면 게임 시장의 분열은 더 가속화될 뿐이다. 지금까지는 에픽 게임즈로 집결되었던 스팀 경쟁 세력이 이제는 10여 개 업체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에픽 게임즈 스토어가 생기기 전부터 보였다. 단지 에픽 게임즈가 등장하면서 퍼블리셔들이 시장 지평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분열이 잠시 멈추었을 뿐이다. 



퍼블리셔들은 스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스팀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EA는 벌써 몇 년 전에떠났고, ‘오리진(Origin)’의 탄생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베데스다 역시 스팀에 신물이 난 눈치라 밸브와의 비약적인 관계 개선이 있지 않은 이상 돌아올 가능성은 요원하다. 액티비젼은 배틀넷에 투자 중이고, 유비소프트(Ubisoft)는 유플레이(Uplay)를 통해 이미 한쪽 발은 문 밖에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더 디비전 2(The Division 2)는 이 상태의 유비소프트를 차에 태워 고속도로까지 보내 버릴 것이다.

소규모 퍼블리셔조차도 딥 실버의 리드를 따라 스팀을 탈출하는 분위기다. 이들에게는 자립할 수 있는 자원이 최소한 아직까지는 없지만 스팀에서 나가면 받아줄 곳(에픽)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최근 ‘몬스터 헌터 월드(Monster Hunter World),’ ‘레지던트 이블 2(Resident Evil 2)’로 부활한 캡컴(Capcom) 역시 떠날 타이밍을 보고 있다. 스퀘어(Square), 세가(Sega), 그리고 WB는 캡컴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올 해에는 아마도 에픽 게임즈로의 이전 가능성을 탐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에픽 게임즈가 실패하면 이런 크고 작은 퍼블리셔가 스팀을 떠나는 순간이 조금 지연될 수는 있다. 그만큼 인디 게임 시장에 대한 밸브의 통제권도 아주 조금 더 연장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스팀은 여전히 출시 일정의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고, 플레이어가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스팀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처음 EA가 오리진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혹평을 쏟아 냈다. 지난 해 Bethesda.net 논쟁은 발끝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심지어 에픽 게임즈 스토어를 둘러싼 논쟁조차도 거기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 질 정도다. 
 

그렇다고 밸브가 곧 끝장 날 것이라고 얘기하면 과장일 것이다. 아무리 이러쿵 저러쿵해도, 아직까지 밸브는 명실상부한 시장 독점 업체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단지 그 자리를 지킬 날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려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스팀은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수익 배분율을 에픽 게임즈와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고수해 온 70% 배분으로는 턱도 없고, 80%로 올린다 해도 개발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어찌 됐건 노력은 해 봐야 한다. 진정성 있는 움직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속 편하게 앉아 메트로 엑소더스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보며 기뻐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메트로 엑소더스의 이전에 화가 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에픽 게임즈 스토어로 간 엑소더스의 판매량이 정말 줄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딥 실버가 추후 다시는 비슷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게임들이 에픽 게임즈 스토어에서 준수한 실적을 올릴 것이고, 꼭 에픽 게임즈가 아니어도 정착할 어딘가를 찾아 낼 것이다. 최소한 밸브의 독재를 감내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찾을 것이다. 

만약 밸브를 대신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밸브를 떠나 자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사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인데, 에픽 게임즈 스토어가 실패로 돌아가고 밸브가 오만한 태도로 선 긋기를 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상당수의 게임이 PC에 출시돼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다. 밸브와 퍼블리셔 간의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 스팀을 떠나서는 제대로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되었던 암흑기가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이 때는 콘솔 게임들이 PC로 거의 출시되지 못하거나, 된다 해도 반쯤은 망가진 채 이식됐다. 지금은 소니나 닌텐도가 아닌 게임이라도 문제 없이 PC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미래에는 당연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힘없는 소규모 퍼블리셔들이 PC를 떠나게 된다는 것은 10년 가까이 쌓아 온 시장의 성과를 모두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 될 것이다. 플랫폼 여러 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과 복잡함보다 오히려 이런 시나리오가 훨씬 두렵다. 
 

결론 : PC 게임의 멀티 플랫폼 시대

ⓒ Gordon Mah Ung/Rob Schultz


오해는 없길 바란다. 에픽 게임즈 스토어 역시 단점이 분명한 플랫폼이다. 여기서 에픽 게임즈 스토어의 단점을 조명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많은 문제가 있다. 포트나이트(Fortnite)를 출시한 회사가 어떻게 클라우드 저장이나 업적 기록 같은 기본 중의 기본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UI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에픽 게임즈 플랫폼에서 10개 남짓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이런 플랫폼에서 (스팀처럼) 수천 개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생각해 보면 악몽이 따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 퍼블리셔들이 기존의 계획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만 주어진다면 이런 문제는 모두 해소될 것이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는 퍼블리셔와 밸브 간의 갈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관계를 회복하려는 밸브의 노력이 없다면 개선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단일화된 PC 게임 플랫폼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그 사실이 싫더라도, 심지어 화가 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스팀의 경쟁 플랫폼에도 기회를 줘 볼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줄어드는 스팀의 게임 목록을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인지는 게이머의 선택에 달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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