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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뷰 | 홈팟, 디자인과 음질 좋지만… “애플답지 않은 미완의 스마트 스피커”

Jason Cross | Macworld 2018.02.19

애플은 홈팟(HomePod)으로 경쟁사들보다 늦게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스마트 스피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출시하여 수천만 대의 에코와 홈 디바이스를 판매해 왔다.

최초의 ‘2017년 말’ 출시일을 놓친 홈팟은 결국 몇몇 기능이 제한되거나 누락된 상태로 출시될 수 밖에 없었다. 홈팟의 우수한 오디오 성능은 인정하지만, 타 기업들보다 늦게,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 뛰어든 애플이 이처럼 미완성 상태의 제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홈팟은 현재로써는 애플 팬들에게조차 추천하기가 민망한 상태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대부분 홈팟의 단점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차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한 부분들이라는 것이다.

애플다운 디자인
우선, 홈팟은 아주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소노스 원(Sonos One)과 비슷한 크기에, 두께만 약간 더 두껍다. 길이는 약 17cm 정도로 아이폰 8 플러스보다 1.2cm 가량 더 크다. 디자인도 훌륭하다. 놀라운 무게와 부드럽게 기기를 감싼 듯한 메쉬 랩, 그리고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내릴 때마다 기분 좋은 맥박음을 내는 LCD까지, 애플 특유의 숙련도와 세련된 디자인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바디는 물리적 버튼 하나 없이 매끄러운 모습이며 상단부에 터치 인터페이스로 모든 것을 조작한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볼륨 조절을 위한 +와 -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생/일시 정지(터치 1회), 건너뛰기(터치 2회), 이전 곡 듣기(터치 3회), 그리고 시리에게 말 걸기(터치 후 홀드)와 같은 나머지 조작은 모두 빛이 들어오는 중심부만을 터치하여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심지어 전원 코드 조차도 ‘브레이디드 커버(braided cover,)’ 방식을 사용해 타사 제품들보다 우수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홈팟의 코드는 ‘애플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칭찬이면서도 동시에 비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전원 코드가 본체에서 분리될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예컨대 키우는 개가 전선을 물어 뜯으면 코드만 교체할 수 없다. 29 달러의 수리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수리를 맡겨야 한다. 단지 디자인에 일체감과 깔끔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인풋이나 아웃풋 포트가 전혀 없는 것 역시 ‘애플 디자인’의 또 다른 예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헤드폰 잭을 없앤 것이 ‘용기 내어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하는 애플이니 놀라울 것도 없지만, 홈팟에서도 뭔가를 끼워 넣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구글 홈 맥스(Google Home Max)에서처럼 최소한 충전 목적으로라도 USB-C 플러그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디바이스 디자인이 이 정도로 다룰 만큼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좋든 싫든 스마트 홈 스피커는 책장에, 테이블에, 조리대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우리 집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선보여질 인테리어 소품의 기능을 하게 된다. 당신이 스마트 스피커에게 말을 걸고, 스피커가 대답을 하면, 모든 사람이 스피커를 쳐다 보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악한 마무리와 싼 티 나는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한 경쟁 제품들보다 한 수 위임은 분명하다.

독보적인 사운드 품질
애플이 홈팟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탁월한 음질이다. 4인치 우퍼와 7개의 트위터 어레이, 6개의 마이크로폰, 그리고 A8 프로세스를 갖춘 홈팟은 공간 전체의 어쿠스틱을 흡수하여 재생 중인 음악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홈팟은 벽의 위치를 파악하고, 소리 중 일부는 벽에 반사시키고 일부는 바로 발산한다. 하이 엑스커션(high-excursion) 서브우퍼가 지속적으로 소리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음질 왜곡을 막아주며, 저음영역(bass)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이와 같은 정밀한 프로세싱으로 언제, 어디서든 훌륭한 음질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애플은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350달러 홈팟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소노스 원은 물론이고, 때로는 더 비싼 구글 홈 맥스보다도 나은 사운드 품질을 보여주곤 한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홈팟은 무거운 베이스와 맑고 생기 있는 밴조, 그리고 심벌즈 사운드가 어우러진 벨라 플렉(Bela Fleck)의 ‘Fight of the Cosmic Hippo’ 같은 곡을 구글 홈 맥스 만큼이나 훌륭한 퀄리티로 재생해낸다. 구글 홈 맥스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바디로 말이다. 물론 구글 제품은 그 거대한 스피커로 인해 저음 영역대에 특유의 생동감이 부여되긴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억눌리고 공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 년 동안 필자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확장시켜 준다고 광고하는 여러 스피커 기기들을 체험해 보았다. 이들 대부분은 데모 곡을 재생할 때는 아주 훌륭했지만 집에 가져와 내가 원하는 음악을 재생해 보면 처음의 그 매력을 잃고 말았다.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할렐루야(Hallelujah)” 같은 곡은 에코가 너무 심하고 버클리의 손가락이 기타 줄을 쓸어 내릴 때 나는 미묘한 소리들이 묻히곤 하는 것이었다. 홈팟은 라이브 스테이지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이러한 미세한 사운드를 선명하게 유지해 아주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 주었다. OK Go의 “This Too Shall Pass”는 싸구려 소형 스피커로 들을 때는 소음 공해에 가까우며, 오디오 개선 알고리즘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쿵쾅거리는 킥 드럼과 높은 피아노 코드, 깨지는 듯한 심벌즈 소리, 웅웅 울리는 보컬, 잔뜩 뒤틀린 기타 등의 사운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켜켜이 쌓여있다. 그러나 홈팟은 이 곡을 놀라울 정도의 음질로 재생해냈다.

또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힙합, 일렉트로닉, 팝, 클래식, 락, 블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우수한 사운드 품질를 보여주었다는 점도 높이 산다.

물론, 이미 수천 달러를 들여 홈 스테레오를 구축해 놓은 오디오 애호가들은 논외다. 아무리 홈팟이 날고 긴다 한들 그러한 음향 기기들과는 리그가 다르기 때문이다. 4인치 우퍼의 오디오 프로세싱이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하다 한들 14인치 서브우퍼로 다프트 펑크를 들을 때 만큼의 감동을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홈팟의 작은 크기를 고려했을 때, 힙합, 일렉트로닉, 팝, 클래식, 락, 블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우수한 사운드 품질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높게 사고 있다.

게다가 홈팟은 성량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1미터 거리에서 측정 시 최대 음량이 90dB 가량이었다.) 또한 음량을 최대로 키운 상태에서도 소리 왜곡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소노스 원이나 구글 홈 맥스와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었다. 또 애플이 광고한 것처럼, 방 안 어디에서 들어도 훌륭한 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스마트 스피커가 350달러라고 하면 비싸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비싼 게 맞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홈 오디오 장비들을 구입할 경우 그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홈팟을 350달러짜리 스피커 셋이라고 생각한다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보여 줄 것이다.

물론 아무리 오디오 프로세싱이 훌륭하다 해도 결국 사운드가 한 지점에서부터 발산되는 스마트 스피커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다. 스테레오 분산을 위해서는 각각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소리를 발산하는 2대의 스피커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치를 잘 잡으면 단일 스피커 유닛이나 사운드 바로도 청자를 속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위치가 변해도 단일 스피커의 한계가 들통나고 만다. 홈팟은 단일 스피커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으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진짜 스테레오를 원한다면 반드시 2대의 스피커(그리고 차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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