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vs. 샌프란시스코’ 2017년 변화 중인 IT 기업들의 지세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HP를 설립한 스탠포드와 파로 알토는 오랫동안 실리콘 밸리의 본산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칩 및 기타 하드웨어 기업들이 남쪽으로 성장하면서 산호세(San Jose)는 스스로 “실리콘 밸리의 수도”라고 천명했다. 이 지역에는 애플과 HP부터 인텔, 시스코, 이베이에 이르기까지 IT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오라클이 있는 캘리포니아 벨몬트 남쪽인 레드우드 시티(Redwood City)에 있는 데이터 가상화 기업 델픽스(Delphix)의 설립자 제드 유에는 “24km 반경 이내에 전 세계 10대 IT 기업 중 6곳과 최대 규모의 매우 인재풀이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 2의 실리콘 밸리”를 열망하는 다른 지역도 많지만, 유에는 ‘본산’만의 고유한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스탠포드 같은 최고의 대학들에서 인근의 벤처 캐피탈 기업들이 설립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구글처럼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여 자회사를 설립하는 자족적인 “동력 사이클”이라 부른다.
발견하고 씻어내며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유에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첫 IT 기업을 설립했지만 두 번째인 델픽스는 베이 에리어(Bay Area)에서 설립했다. 인재들이 오지 않으면 인재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 공간 부족
하지만 옛날의 실리콘 밸리는 공간이 부족하고 새로운 지식 노동자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는 밤문화가 있는 도시 가까이에서 살기를 원한다. 이로 인해 구글, 야후, 시스코 등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형 사무실을 열게 되었다. 트위터는 2006년 감세 조치에 힘입어 베이 근처의 도시에 본사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남아 있다.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은 심지어 실리콘 밸리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18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되었으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세일즈포스의 글로벌 부동산 부사장 엘리자베스 핑캠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서 자랐고 여기가 우리의 글로벌 본사이다”고 지난 주 해당 기업의 새로운 61층짜리 사무용 타워를 선공개하는 행사 중 밝혔다. 이 빌딩은 내년에 개관할 예정이다. 세일즈포스는 3-30층 그리고 60층 및 61층을 사용할 예정이며, 이미 인접한 두 빌딩에 사무실이 있다. 사실, 세일즈포스는 캘리포니아의 최대 규모의 기술 고용주이며 3년 내에 10,000명의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일즈포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위로 올라가는 동안 애플 같은 기업들은 더욱 남쪽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스티브 잡스가 임기말에 추진하여 거의 완성된 애플의 새로운 “우주선 캠퍼스”는 280만 제곱피트의 본채가 세계 최대 규모의 곡면 유리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올해 말에 개관할 예정이다.
애플의 새 본사가 궁극적인 실리콘 밸리 캠퍼스라면 세일즈포스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핑크햄은 “우리는 도시에, 버티컬 캠퍼스가 있다”라며, “우리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고 직원들이 밖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구글처럼) 무료 점심과 체육관은 없으며, 우리는 지역사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했다.
에드 리 시장은 더 나아가 샌프란시스코가 밀레니엄 세대에게 좋은 도시인 이유를 격찬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종교, 언어, 국제 문화들이 혼재한다. 제품을 개발하거나 설계할 때 자신의 세상의 일부분이며 영향을 끼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다양한 문화와 공명하고 있다. 젊은 근로자들은 도시와 우리의 가치에 매료되어 많은 돈을 생활비로 지출한다”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
실리콘 밸리의 베테랑 브루스 카시는 샌프란시스코가 모든 기술 기업에 적합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실리콘 밸리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컴퓨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들에서 시작되었지만, 소프트웨어가 성장하면서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다. 이 때, 젊은 사람들이 도시 가까이 살고 맥북(MacBook)을 갖고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북쪽의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후와 구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IT 기업들이 많은 또 다른 베이 에리어 도심 지역인 오클랜드(Oakland)에 위치한 판도라에서 근무하고 있다.
카시는 “소프트웨어와 웹의 발전 그리고 지금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하드웨어 기업들이 필요한 인프라와 공간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Creative Strategies)의 애널리스트인 팀 바자린도 이에 동의한다. “인터넷 붐이 결정적이었다. 기업이 확장되면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여 물리적인 위치의 필요성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는 여전히 전통적인 IT 기업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셀레스티카(Celestica)를 예로 들어보자. 이 글로벌 고급 하드웨어 디자인 및 제조사는 3월 29일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 새로운 실리콘 밸리 고객경험센터(Silicon Valley Customer Experience Center)를 열었다. 또한 프리몬트(Fremont)와 산호세 인근에 제조 시설이 있다.
셀레스티카의 CEO 롭 마이오니스는 “새로운 센터를 중심으로 5km 반경 안에 주요 고객사들이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14개국 20개 지역에 공장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만 7,0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오니스는 “실리콘 밸리는 여러 고객사들과 파트너 및 미래 파트너들의 고향이다. 모든 벤처 캐피탈 자금과 혁신을 고려하면 우리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거나 사무소를 열면서 복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도시 vs. 시골 생활
최근까지 우버(Uber)의 지도 및 비즈니스 플랫폼 부사장을 지낸 브라이언 맥클렌든은 “가격이 알맞은 주거는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동료들이 서로 가까운 곳에 사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거주민들은 커뮤니티의 여러 측면을 놓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은 도시에 사는 밀레니엄 세대를 유입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맥클렌든은 고향인 캔자스(Kansas)주로 이사하지만 우버의 시간제 자문위원으로써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어 맥클렌든은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엔지니어를 고용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제 대부분 고용이 안정되어 있어 샌프란시스코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엔지니어들을 북쪽으로 유입시키는 부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엔지니어링 관리자인 26세의 샤라반 레디는 양쪽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는 모교인 스탠포드 근처에 살면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드롭박스(Dropbox)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도시에는 사람들이 많으며 술집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하지만 나는 반도의 좀 더 따뜻한 기후와 농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경고 신호
IT 기업들이 도시로 진출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거주민들은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BAC(Bay Area Council)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40%가 향후 수 년 이내에 외부로 이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의 33%와 비교하여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게다가 해당 설문조사에 대한 TMN(The Mercury News)의 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46%가 향후 수 년 동안 베이 에리어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교통과 급상승하는 주거 비용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BAC의 경제연구소(Economic Institute) 사장 마이카 바인버그는 “우리가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밀레니엄 세대는 도심 환경을 선호하고 가족들이 콘도에 살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거짓이었다. 밀레니엄 세대는 가족 형성을 연기하고 있지만 가족이 있으면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에 가까운 좋은 지역에 있는 단독 주택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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